나무라디오

오은경 - 매듭

어제와 같은 장소에 갔는데
당신이 없었기 때문에 당신이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내가
돌아갑니다

파출소를 지나면 공원이 보이고
어제는 없던 풍선 몇 개가
떠 있습니다
사이에는 하늘이
매듭을 지어 구름을 만들었습니다

내가 겪어 보지 못한 풍경 속을
가로지르는 새 떼처럼
먹고 잠들고 일어나 먼저 창문을 여는 것은
당신의 습관인데 볕이 내리쬐는
나는 무엇을 위해
눈을 감고 있었던 걸까요?

낯선 풍경을 익숙하다고 느꼈던
나는 길을 잃습니다

내부가 보이지 않는 건물 앞에
멈춰 서 있습니다
구름이 변화를 거듭합니다
창문에 비친 세계를 이해한다고 믿었지만
나는 세계에 속해 있습니다

당신보다 나는 먼저 도착합니다
내가 없었기 때문에 내가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당신에게
나는 돌아와 있습니다



<한 사람의 불확실>
민음사. 2020년

(September 29th 2020)  /  2020